칩 워 소감
여기에 써도 되려나.. 이 갤에 자주 언급하는 업계쪽 사람이 있는거 같아서 써봄.
일단 다 읽고나서 뒤에 번역한 사람이 쓴 글에서 원 저자 직업이 역사학자라고 나오는데 나는 저자가 IT 쪽 사람이 아니라는데에서 놀랐음. 근데 이거 말고도 책 읽다보면 충격 받은 부분이 많았음.
책 처음 부분은 좀 지루함. 당장 지금의 반도체 현황이 궁금한데, 예전 반도체 역사를 초창기부터 쭉 훑는데 옛날 윈도우 95도 나오지 않았던 시절, TI니 무슨 Sony 워크맨 시절 얘기라 와닿지는 않음. 그래도 초반에 눈여겨볼만할 내용이 있는데 주어를 (소련,일본,대만에서) 중국으로 바꾸면 지금도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종종 나오고, 반도체를 어떻게 개발해왔는지 역사가 주욱 나와서 진공관 에니악쓰다가 점점 소형화에 왜 EUV 같은 장비를 반도체에 쓰이게 되었는지도 나오고, 인건비+경제+안보+반공(농민에게 좋은 일자리 제공)을 노리고 아시아로 왜 생산기지를 이전했는지도 나옴. 또 원래 반도체는 군사용으로 쓰이다가 민간쪽 비중이 커진 것도 알게 됨. 특히 요즘은 cpu,dram, gpu하면은 컴본갤애들이 조립컴 맞추는거나 만드는 회사 주가가 먼저 생각나지 미군 미사일 유도장치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나름대로 내가 책에서 중요하다고 느낀 내용 써보자면 반도체는 원래 미국 기술이었고, 태생이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된 거였음. 미사일 유도 계산같은걸 위해서 군사적으로 사용되었던거. 계산기로 유명한 TI가 초기단계에서 역할이 꽤 있었고. 지금은 컴퓨터 부품하면 민간 수요가 훨씬 크고 R&D도 intel, AMD, nvidia, 삼성 같은 민간 회사가 주도로 하지만 초기에는 미 국방부나 관련 기관이 연구 용역도 많이 줬고 최대 고객이었음. 책에서 베트남 전쟁 초기와 후기를 비교했을때 반도체 기능 향상으로 미사일 정밀도 오른거, 또 걸프전때 더더욱 성능 개량이 되었다고 지겹도록 나옴.
근데 초창기 intel 이나 그쪽사람들이 민간시장의 큰 가능성을 보고 민간쪽으로 사업을 키웠다고 함. 또 초창기에는 미국에서 기술개발하고 미국에서 생산하고(애초에 foundry/fabless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설계하는 회사가 제작도 함) 다 했었는데, 대만을 비롯해서 아시아에 생산기지가 생기게 된 배경도 이야기해 줌. 일본 같은 경우는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해줘서 민주주의 잘 정착해서 다시 진주만 일으키는 폭력적인 독재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있고, 대만 같은 경우는 인건비도 미국에 비해 싸고, 농민들에게 임금도 높은 일자리 제공해줘서 공산주의에 빠지지 않게 해주고, 대만 섬에 TI 공장이 들어서면 미국인들도 자국 기업의 공장이 위험하면 관심이 가질테니까 안보 측에서도 좋고..
다시 정치로 돌아오자면 반도체 기업들이 원래는 국방부 하청받아서 먹고 살았는데 민간 쪽 시장이 워낙 돈이 잘 되다보니 정부와 멀어짐. 그런데 일본이 정부 보조금+저금리(당시 미국은 볼커 시절이라 고금리)+정부압력으로 인해 은행대출 잘 나옴+기술 따라잡아서 미국에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엄청 팔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미국 반도체가 잘 안 팔림. 이렇게 되자 정부와 거리를 뒀던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일본 견제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엄청 건의함..
지금 DRAM 3강인 마이크론도 원래 Idaho 감자팔던 사람이 투자 크게 해줘서 이 시기에 미국 DRAM업체 다 나가떨어졌을때 오히려 기회로 삼고 치고 올라간 얘기도 처음 들었는데 신선했음.
소련 쪽에서 미국 반도체 베끼려고 노력한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베끼기는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정확히 5년 전 기술의 제품이 계속 나왔다.. 는 얘기도 나옴.
Qualcomm도 초기 스타트업 시절 나오는데 나름 충격이었음
반도체 설계도 따로 전용 software 가 있다는걸 이 책 읽기 전까지는 몰랐음. 3개 회사가 거의 과점중인데 둘은 미국회사고 하나는 독일 회사가 인수했는데 아직도 미국에 주요 지사가 있고.. 처음에는 IT회사 답지 않게 일일이 설계하다가 software가 생겼다는것도 충격.
이후 냉전 끝나고 미국 독주체재가 되자 미국 군사력이 워낙 압도적이니까 세계화 이념에 따라서 안보보다는 경제, 그리고 무역장벽보다는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됨. 그래서 중국이 따라오는걸 오바마 말기까지만 해도 방치한 느낌이 있음. (오바마 말기에는 어느정도 막아볼까 시도하고, 힐러리 한테 잘 인수인계 하려 했다는 식으로 언급됨)
트럼프는 무역전쟁이나 관세로 떠들었지만, 실제 물밑에서 타격준건 반도체였다고 나옴. zte 제재한거나(근데 완전차단시키려다가 벌금으로 빠져나옴). 화웨이가 제재 사례로 나옴. 지금 바이든때는 뉴스에 많이 나오는 것처럼 장비로 압박하고, 또 설계 software로 제재 가능한 것도 알게 됨..
ASML이 진짜 미친 기업인게 사용되는 부품이 40여만개나 된다하고, EUV를 무슨 주석(Sn) 몇 방울에 초당 몇만번씩 쪼여서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다음 얻는게 진짜 충격이고 이런게 되는건가 싶었음.. 여기서 또 부품중에 몇몇 핵심은 미국산.. 그리고 중국이 몇 년 걸려서 진짜 똑같은 EUV장비를 만들어낸다 해도 어차피 그 때즈음이면 HI-Na인가 싶은 지금 장비보다 훨씬 좋은 장비가 현역에서 쓰일꺼라 함. ASML이 뜬 이유 중 하나가 미국(GCA)도 일본(니콘 캐논)도 아닌 제 3의 중립적인 위치라 그런것도 있다고 하니 역시 외교적인 이슈가 산업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듯..
크리스 밀러 책을 읽은 중국인과 크리스 밀러가 대화해본 것도 역자 주에 있는데, 딱히 트집잡지는 않았다고 함. 이건 저자생각이 아니고 번역자 의견인데 중국은 지금 승산이 없어서 초조해하고 있고, 분노하면 그게 곧 극찬이니까 참는 거 같다함.
마지막으로 석유가 어디 매장되어있는지는 신이 정했지만, 반도체 fab이 어디 지을지는 우리가 정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았음. 반도체는 중국이 석유보다 더 수입하는 물자가 되었고, 군사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제2의 석유라 부를 만큼 중요함. 그런데 반도체에서 산유국 역할을 할 나라들이 동아시아에 몰리고 있고, 파운드리에서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과 TSMC의 모국 한국과 대만이 의 안보위협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걸 걱정함. TSMC가 Arizona에, 삼성이 Texas에 미국이 국방에 필요한 칩을 자국내에서 생산하기 원해서 그거 달래주려고 건설하지만, 최첨단 기술이나 생산 역량을 미국이 아닌 자기네 국가에 두려 하는것도(아무리 미 정부가 보조금 많이 준다 해도 ) 우려함.
대만을 점령하는 건 군사적으로 현실성이 없고, TSMC 공장 파괴(반도체 공급 안 되면 스스로도 손해), TSMC 공장 탈취(기술자 도망, 장비 AS 안됨)도 현실성 없다 함. 하지만 해안가에 있는 수많은 무기때문에 미 해군이 대만 해협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고(예전 90년대에 미항모 지나가니까 중국이 꼬리내린건 지금은 힘들다) 이로 인해 대만 해협 "봉쇄"하면 문제가 크다 함. "반도체 생산이 대만에 집중되는 건 세계 경제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즉 TSMC 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갈수록 위험도 커지고 있다)
또 중국이 보조금 퍼부어서 옛날 공정으로 만드는 부품들(cpu도 메모리도 아닌 분야가 그렇다고 함, 이게 legacy 공정인가..)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이걸 미끼로 외국 기업에 기술 제휴를 요구하지 않을까도 걱정함( 트럼프 이전에 AMD나 몇몇 기업은 과 어느정도 협력하지 않았나.. 도 언급함)
번역자의 생각 하나 더 첨부하자면, 한국의 삼성이나 hynix가 잘나가는건 대단한건 맞지만, 한국이 엄청 잘난게 아니라 미국과 서방 동맹국(네덜란드, 일본, 대만)등이 이룩한 글로발 반도체 공급망에서 자리 잡은거니까 국뽕빨면서 자만하면 일본의 sony처럼 No 라고 말할수 있는 일본이라고 자만하다가 미일반도체 협정 맺고 적의 적은 친구란 논리로 한국을 키워준 역사가 또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함.
위에 내용보면 수많은 기술적인 내용이 이 책의 전부인데 문돌이인 "역사학자"가 수많은 인터뷰와 논문을 통해 정리했다는게 충격이었음. 책값 28000원인데 이 책 뒤에 나오는 수많은 주석들을(어디서 참고했나) 보면 책값은 무지 싸다고 생각함..
5월에 샀다가 바빠서 오늘에야 읽었는데 그 사이 반도체 기업들 (특히 nvidia) 주가가 이미 엄청 오른걸 보면 후회되기도 하고.. 아무튼 충격도 많이 받고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음.
https://gall.dcinside.com/m/galaxy/939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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